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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연못과 중앙대 흑석동 서울캠 건물 전경

사진 중앙대학교 포토히스토리 · 2025년 봄 ↗

뉴스프롤로그

세 번째 그릇은 아직

봉정현 대학보도부장

평양냉면은 세 번은 먹어 봐야 맛을 안다고들 한다. 처음엔 행주 빤 물 같던 육수가 세 번째쯤이면 슴슴하게 스며든다나. 나는 그 세 그릇을 온전히 비우기도 전에 수백 그릇을 날랐다. 전역 후 여섯 달간 돈이 필요해 닥치는 대로 일했다. 한여름 냉면집에서 하루 열 시간씩 그릇을 들고 뛰었다. 그 여름, 냉면 맛은 끝내 알지 못했다.

복학하고 어쩌다 신문사에 다시 들어갔고, 용역 노동자 연작 기획을 준비했다. 4년 전 청소 노동자 휴게실 몇 곳에 갔을 때 멀쩡한 방이 드물었던 게 생각나자 엉뚱한 걱정이 들었다. 그사이 모든 휴게실이 나아졌으면 어떡하지. 당연히 좋은 일인데, 그러면 기사는 뭘 쓰지. 지금 생각하면 고약한 걱정이다. 좋아졌으면 좋아졌다고 쓰면 될 일을.

한 달 남짓 서울캠 환경 노동자 휴게실 25곳을 돌았다. 고쳐진 곳도, 자리를 옮긴 곳도 있었다. 하지만 쉬기 어려운 방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업체에 요청해도 교체까지 1년 넘게 걸린 곳도 있었다. 노동자 대부분은 휴게실 월 1회 점검 규정도 몰랐다. 학생들이 찾아와 불편을 듣고 전달하겠다고 하는 일을 두고는 한 노동자가 이렇게 말했다. “연례행사예요.” 그 말 앞에서 머쓱해졌다. 이번 행사는 우리 차례였다.

신문사에서 밤을 새우고 이른 아침 310관 1층으로 올라가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쓰레기통 위에 뒤엉켜 쌓인 야식 뭉치를 치우는 노동자들이다. 담배를 피우러 기숙사 흡연 구역에 가면, 거기서도 밤사이 수북해진 꽁초를 쓸고 계신다. 나는 그 곁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다. 언젠가 후문에서 노동자들이 시위했을 때도.

내가 힘들었던 날들은 또렷이 기억하면서, 이분들이 어디서 쉬는지는 좀처럼 떠올리지 않았다. 돈 받고 일하는 건 당연하게 여기면서, 일하다 보면 쉬고 싶어진다는 건 왜 당연하게 여기지 못했을까. 쉴 때 손님 의자에 누워 눈을 붙였던 나였는데. 취재에서 들은 부탁은 사람이 제대로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었다. 다시 일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야기를 듣고 돌아온 나는 기사를 쓴다. 그분들은 다시 그 방에서 쉴 것이다. 또 어떤 분들은 일을 마친 뒤 빨간 조끼를 입고 후문에 설 것이다. 학교 한쪽에서는 205관이 올라간다. 그동안에도 누군가는 몇 년째 같은 방에서 같은 부탁을 되풀이한다. 평양냉면은 세 번째 그릇부터 맛이 난다는데. 발행일에 신문을 들고 세 번째로 방을 찾아야겠다.

EP.01

제2117호 · 2026년 9월 14일자

대학에 새로 그어진
노사의 경계선

편집자주

개정 노동조합법은 전국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봄에는 중앙대 용역노동자들의 크고 작은 집회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3월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서울 소재 15개 대학에 교섭을 요구했습니다. 여름의 초입, 서울지노위는 휴게실 의제에서 대학의 사용자성을 인정했습니다. 중노위도 한여름 대학의 재심 신청을 기각했죠. 가을이 온 지금, 양측은 중노위 재심 결정서 송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겨울이 오면 용역노동자들은 대학과 교섭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까요. 이번 주 중대신문은 서울지노위 초심 결정서에서 대학이 교섭 상대가 된 이유와 남은 과제를 짚어봤습니다.

봉정현 기자 · goopa@cauon.net제2117호 지면 편집자주 · 관련 경과는 2026년 9월 11일 취재 기준

  1. 01
    대학은 왜 교섭 상대가 됐을까?

    대학에 새로 그어진 노사의 경계선

    서울지노위 결정서 톺아보기

    기사 읽기
  2. 02
    대법원 판단과 무엇이 다를까?

    대법원은 원청 교섭 의무 부정했는데, 중앙대는 왜 일부 의무 인정됐나

    구 노동조합법 vs 개정 노동조합법

    기사 읽기
  3. 03
    교섭 테이블까지 무엇이 남았을까?

    눈앞의 교섭 테이블, 함께 앉을 원청은 어디에

    노란봉투 앞에 선 중앙대

    기사 읽기
EP.02

제2119호 · 2026년 10월 6일자

휴게시설이
온전한 쉼(休)이 되려면

편집자주

중대신문은 제2117호(2026년 9월 14일자) ‘대학이라는 고용주 EP.1’ 기획을 통해 휴게시설 환경 개선 의제에서 중앙대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배경을 살폈습니다. 그렇다면 교섭의 대상이 된 휴게시설에서 노동자들은 어떻게 쉬고 있을까요. 이번 주 중대신문은 중앙대 흑석동 서울캠에서 맥서브 소속 환경노동자가 이용하는 휴게시설 25곳을 전수조사해 내규와 실제 이용 여건을 비교했습니다. 개선을 둘러싼 대학과 용역업체의 역할을 짚고, 노동자들이 바라는 쉼을 공간에 담을 방안도 함께 살폈습니다.

봉정현 기자 · goopa@cauon.net

중앙대 흑석동 서울캠 휴게시설 25곳 지도에서 보기 ↗
  1. 01
    점검표를 들고 휴게시설의 문을 두드리다

    휴게시설이 온전한 쉼(休)이 되려면

    기사 읽기 →
  2. 02
    휴게시설의 미봉책을 매듭지으려면

    지하1층 휴게시설은 지상으로 갈 수 있을까

    기사 읽기 →
  3. 03
    도면 너머의 삶

    대학의 청사진에 모두의 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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