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19호 · 2026년 10월 6일자
도면 너머의 삶
대학의 청사진에 모두의 자리를
박진형·봉정현 기자 jhp@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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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좀 평평하게
해 줬으면 좋겠어요”
209관 환경노동자가 인터뷰에서 전한 바람입니다. 사진은 휴게시설 입구 쪽 바닥을 가까이에서 촬영했습니다.
봉정현 기자 goopa@cauon.net209관(창업보육관) 휴게시설에서는 동료 한 명이 휴가에서 돌아오면 누군가는 바닥의 돌출부에 앉아야 한다. 209관 환경노동자 A씨는 “4명이 있기에는 너무 좁다”며 “휴가 간 사람이 돌아오면 튀어나온 바닥에도 앉아야 해 엉덩이가 배긴다”고 말했다. 환경노동자가 편히 쉴 수 있는 휴게시설을 처음부터 마련할 수는 없을까. 중대신문은 환경노동자가 바라는 휴게공간의 모습과 이를 실현할 방안을 살펴봤다.
숫자에 가려진 노동자

“6명이 같이 앉아 있으면
매우 좁다”
301관 3층 휴게시설에서 환경노동자들이 바닥에 앉아 있다.봉정현 기자 goopa@cauon.net
지도에서 이 공간 보기 ↗중앙대 규정인 「방호·환경원 휴게시설 관리 내규」 제6조에는 근로자 수를 고려해 실질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적정 면적을 확보하도록 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1인당 1㎡ 이상, 의자와 탁자를 포함해 최소 6㎡를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301관(중앙문화예술관) 3층 휴게시설은 6명이 이용한다. 면적은 약 9.9㎡로 1인당 약 1.6㎡다. 권나영 301관 환경노동자는 “6명이 같이 앉아 있으면 매우 좁다”고 말했다. 207관(봅스트홀) 5층 휴게시설은 약 5.7㎡를 4명이 이용해 1인당 약 1.4㎡다. 207관 환경노동자는 “장소가 좁아서 다른 비품을 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네 명이 쉬는 방의 크기
같은 축척으로 그린 세 공간입니다. 방을 누르면 도면에 사람 모형을 놓아볼 수 있습니다.
한 칸은 1m이며, 치수와 형태는 근삿값입니다.
냉장고와 수납장 등 비품이 놓인 방에서 식사와 환복, 수면까지 이뤄진다. 휴게시설의 면적을 정할 때는 ▲이용 인원 ▲휴식 자세 ▲가구의 크기와 배치를 고려해야 한다. 노동자가 앉거나 누워 쉴 자리와 이동할 통로도 필요하다. 김민지 티디에스 건축사사무실 대표건축사는 누워 쉬는 데 필요한 면적에 대해 “1인당 3㎡도 확보되지 않으면 휴게공간으로 무용하다고 본다”며 “간이침대 크기만 해도 0.9m×2m로 1.8㎡”라고 말했다. 최진달미 (주)엔알비 신사업개발실장 역시 “설계자에게 실제 동시 이용 인원과 구체적인 휴식 방식이 제시돼야 적정 면적을 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휴게시설 면적 확보에는 학내의 다른 공간 수요도 영향을 미친다. 김태석 서울캠 총무팀장은 “학교에서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학생의 학습권과 교수의 연구 공간 확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물의 청결을 담당하는 환경노동자의 휴게시설 확보도 중요하다”면서도 “학내 공간이 부족해 제약이 있다”고 밝혔다. 송하엽 공과대학장(건축학전공) 역시 “특히 서울캠퍼스는 교수연구실과 실험실조차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미화 시설팀장은 “공간배정심의위원회 안건 대부분이 공간 신규 배정 요청”이라며 “위원회를 매달 열 만큼 요청이 많다”고 설명했다.
휴게시설의 면적뿐 아니라 작업 구역과의 거리도 실제 휴식에 영향을 미친다. 310관(100주년기념관) 지하 1층 휴게시설은 남성 환경노동자 8명이 이용한다. 310관 남성 환경노동자는 “8명의 일터가 전부 다르다”고 말했다. 같은 휴게시설을 이용하는 다른 환경노동자는 “정문에서 근무하는 사람에게는 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문에서 일해도 쉬는 곳은 310관
같은 휴게시설을 쓰더라도 일하는 곳은 다릅니다. 정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310관까지 오가야 합니다.
“정문에서 근무하는
사람에게는 멀 수 있다”
310관 휴게시설 이용 노동자
출발: 310관 지하 1층 휴게시설
기존 캠퍼스 지도를 활용한 이동 설명입니다. 점선과 움직임은 두 장소 사이의 이동을 표현하며, 실제 보행 경로·거리·소요시간을 재현한 것은 아닙니다.
같은 건물 안에서도 층간 이동에 시간이 걸린다. 303관(법학관) 환경노동자는 “쉬다가 14층에서 일이 생기면 올라가야 하는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데 20분까지 걸릴 때가 있다”며 “중간층에 휴게시설이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혜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상임감사는 “작업 구역이 상층부에 있고 휴게시설이 저층에 있으면 왕복 이동에 시간이 소요돼 실제 휴식 시간이 그만큼 감소한다”며 “상층부 작업 구역 인근에 휴게시설을 확보해 이동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쉼을 중심으로 나누는 공간
휴게시설에 식기를 씻을 공간이 없어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권나영 301관 환경노동자는 “탕비실이 없어 밥그릇을 화장실로 가져가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 301관의 다른 환경노동자는 “밥그릇을 닦고 있으면 학생들에게 눈치도 보인다”고 전했다.
휴게공간 관련 시설은 기능을 구분하면서도 이용 동선을 고려해 배치해야 한다. 김민지 대표건축사는 “▲청소 도구 보관·세척 ▲샤워·세탁 ▲식사 준비 ▲휴식이라는 각 기능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며 “그 구심점에 휴게공간이 위치하도록 연결하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학에서도 관련 시설이 분산돼 불편을 초래한 사례가 있었다. 김민지 대표건축사는 “샤워·세탁시설이 지하 주차장 내에 있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 경우 위험성이 높고 임시로 덧붙여져 배수가 원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 화장실 안에 샤워시설이 있어 노동자가 씻지 못하고 퇴근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휴게공간에 다른 업무공간이 겹치면 출입과 사생활 보호 문제도 생긴다. 305관(교수연구동 및 체육관) 1층 휴게시설은 방호실과 공간을 함께 사용한다. 305관 환경노동자는 “방호실인 줄 알고 사람들이 문을 막 연다”며 “환기를 위해 문을 열어놓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방호실과 쉼터 표지
305관 1층에서는 방호실과 환경노동자 휴게시설이 공간을 함께 사용한다.
봉정현 기자 goopa@cauon.net공간이 한정돼 새롭게 배정할 수 없다면 식사·샤워·탈의 등 부속시설을 다른 구성원과 시간대를 나눠 이용하는 방안도 있다. 최진달미 실장은 “식사공간이나 샤워·탈의공간은 사용시간대를 지정해 학생 또는 교직원이 사용하는 공간을 함께 이용하면 공간의 효율이 높아진다”며 “모든 건축물 사용자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공동 이용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공유공간과 전용 휴게공간을 함께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송하엽 공과대학장은 “학생라운지에서 함께 잠깐 앉아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휴게공간은 공유가 가능하면서도 쪽잠을 잘 수 있는 노동자 전용의 아늑한 공간도 동시에 고려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위한 이전과 보수
계단 아래에서 지상 1층으로


“예전에는 지하 계단 아래 공간이었다”며 “앉아서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302관 환경노동자 · 아래 기사에 실린 이전 전후의 경험입니다.
기존 공간을 휴게시설로 바꿀 때는 사람이 머무는 데 적합한 조건을 갖출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104관(수림과학관)과 302관(대학원) 휴게시설은 공간 이전을 통해 환경이 개선됐다. 104관 환경노동자는 “계단 밑에 있을 때는 발소리가 들리고 먼지도 많이 났다”며 “휴게시설 이전으로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302관 환경노동자는 “예전에는 지하 계단 아래 공간이었다”며 “앉아서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고 말했다. 다른 환경노동자는 1층으로 옮긴 공간에 대해 “환기도 잘 되고 휴게시설에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김민지 대표건축사는 “사람이 머물도록 계획한 곳이 아니라 건물 설비를 설치하면서 우연히 생긴 공간을 휴게공간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체류에 적합하지 않은 휴게공간부터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문이 없는 휴게시설은 출입문을 열어 환기하는 데도 제약이 따른다. 104관 환경노동자는 “학생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하는 복도라 문을 닫고 있어야 한다”며 “사람들이 다니는데 문을 열어놓는 건 좀 그렇다”고 말했다.
보수가 가능한 공간에서는 창문과 환기설비를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김민지 대표건축사는 “창문을 추가했을 때 외부 환기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구조적 문제가 없는 수준에서 벽면 일부를 철거해 창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에는 창문이 있어도 기온 차이로 자연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어 천장형 환기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쉼을 기획하기 위해서
짓기 전에 확보할 공간
사전 협의와 공간 배분
휴게공간에 필요한 조건은 건물을 짓거나 개선하기 전부터 검토할 수 있다. 김태석 팀장은 “신축 건물 기획 시 공간 담당 부서와 휴게공간 수요를 사전에 협의한다”고 밝혔다.
건물의 주된 용도에 맞게 공간을 우선 배분하면서 유지관리 종사자의 편의시설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진달미 실장은 일반적인 건축물 개발 과정에 대해 “건축주나 시행자는 건물의 주목적에 부합하는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 투자효율을 높이려고 한다”며 “주 고객이 아닌 유지관리 종사자의 편의시설 공간 확보는 최소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준공 이후에 공간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도 초기 계획에서 고려할 사항이다. 최진달미 실장은 “건축물이 준공되고 실제 유지관리가 필요한 시점에 편의시설을 추가하는 비용에 비해 설계 단계에서 적정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요청이 도면에 들어가려면
생활을 조사하고 함께 논의하기
초기 단계에서 확보할 공간의 크기와 기능을 정하려면 노동자가 공간을 어떻게 이용하고 어떤 시설을 필요로 하는지 살펴야 한다. 그러나 휴게시설을 마련할 때 요청했던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302관 환경노동자는 “휴게시설을 처음 만들 때 싱크대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며 “지금은 지하 기계실에 직접 싱크대를 마련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의 요구를 설계에 반영할 수 있도록 근무조건과 휴게 방식을 조사해 설계지침에 담는 방법도 있다. 최진달미 실장은 “건축주인 대학 측에서 타 대학 근로자의 근무조건과 휴게 방식을 조사해 사전에 건축설계 과업지시서의 면적 기준에 포함하거나 설계용역에 조사업무를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용자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서 나아가 휴게공간의 모형을 만드는 논의에도 참여할 수 있다. 김민지 대표건축사는 “환경노동자와 사측, 전문가가 논의해 신축 건물과 기존 건물에 적용할 청소노동자 휴게공간의 프로토타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 모형은 앞으로 진행될 휴게공간 개선이나 신축 건물 내 휴게공간의 기준점이 되고 상호 소통에서 차이를 줄이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을 문서에 남길까
신축 공모와 기존 건물 개선
휴게시설의 면적과 위치, 필요한 부속시설은 공모와 설계지침에 명시할 수 있다.
공모전 단계부터 명시
김민지 대표건축사는 “신축 건물 공모전 단계에서부터 환경노동자 휴게공간에 대한 명시가 필요하다”며 “설계지침에 면적 외에도 위치와 배치 층수, 관련 부속실을 기재해야 설계에 반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선 과업지시서에도 명시
최진달미 실장도 “기존 건물 개선업무용역 과업지시서에도 신축과 동일하게 지침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건물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도입할 때 기준을 완화해 주는 규정이 있다”며 “휴게시설 지침도 완화해 적용할 수 있는지 고용노동부에 확인하고 노사 간 합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한 조건을 끝까지 확인하기
기본설계부터 최종 보고까지
- 기본설계기준 면적 확인
- 중간·최종 보고누락 여부 확인
- 노동자 측·사측 담당자추가 의견 반영
설계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정한 조건이 반영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최진달미 실장은 “기본설계 단계에서 실 크기를 확정할 때 기준 면적 준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지 대표건축사는 “건물 설계의 중간 보고와 최종 보고에서 관련 내용이 누락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추가 의견을 반영할 노동자 측과 사측 담당자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구성원의 공간으로
공간을 마련한 뒤에는 실제 이용자의 불편이 줄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김민지 대표건축사는 “단순 설문조사뿐만 아니라 인터뷰 조사를 통해 실제 이용자의 솔직한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 단체나 대학 외부 전문가 단체가 직접 조사하는 것도 공간의 양적·질적 측면을 살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용 중 발견한 불편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소통체계도 필요하다. 김민지 대표건축사는 “개인이 아닌 청소노동자 단체가 목소리를 내고 학교도 적극 반영해 소통 체계를 견고히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업무에 수반되는 준비와 정리, 휴식도 공간 계획의 고려 대상이다. 김민지 대표건축사는 “청소노동과 그에 수반되는 행위들의 전문성이 존중받고 휴식이 고강도 육체노동을 위한 필수적인 시간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의 공간복지에는 건물을 유지·관리하는 노동자의 휴식 공간도 포함된다. 송하엽 공과대학장은 “모든 구성원을 위한 배려란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고 자존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지 대표건축사는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청소노동자들이 대학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그들의 공간에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209관 환경노동자 A씨는 “휴게시설에 대한 요구 중 하나라도 수용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어 “큰 것을 바라는 게 아니”라며 “제일 불편한 것은 바닥”이라고 부연했다. 같은 휴게시설을 이용하는 다른 환경노동자도 “바닥을 좀 평평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며 “아니면 공간을 조금 더 넓혀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모든 구성원을 위한 배려란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고 자존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공간복지와 인권도 관대한 마음으로 접근하면 여러 구성원이 상생할 수 있는 현장에 적합한 해법을 만들 수 있을 듯합니다.”
박진형·봉정현 기자 jhp@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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