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신문CHUNG-ANG UNIVERSITY NEWSPAPER대학이라는 고용주 EP.225곳 지도 ↗

제2119호 · 2026년 10월 6일자

점검표를 들고 휴게시설의 문을 두드리다

휴게시설이 온전한 쉼(休)이 되려면

봉정현·김민아·박진형 기자 goopa@cauon.net

01 / 03
함께 걷는 전수조사

스물다섯 곳의 문 앞에서

중앙대 흑석동 서울캠에서
환경노동자가 쉬는 공간 25곳을 조사했습니다.

취재진과 함께 둘러보기 ↓

2019년 8월 9일 서울대 지하 휴게실에서 환경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 이후 환경노동자의 휴게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중앙대는 2022년 5월 31일 「방호·환경원 휴게시설 관리 내규」(내규)를 제정해 휴게시설의 위치와 면적, 온습도와 비품 등의 기준을 마련했다. 김태석 서울캠 총무팀장은 “당시 담당자는 아니었지만 교육부 지침에 따라 내규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용역노동자가 사용하는 휴게시설은 용역회사 관리자가 별지 체크리스트(점검표)에 따라 월 1회 점검하도록 정했다.

방호·환경원 휴게시설 관리 내규의 별지 휴게시설 점검 체크리스트
휴게시설 점검 체크리스트.자료: 중앙대학교 「방호·환경원 휴게시설 관리 내규」 · 점검표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내규 원문 보기 ↗

중대신문은 9월 8일~10월 2일 중앙대 흑석동 서울캠퍼스에서 용역업체 맥서브 소속 환경노동자가 이용하는 휴게시설 25곳을 전수조사했다. 타 용역업체가 담당하는 생활관과 맥서브가 관리하는 동숭동 공연예술원의 휴게시설은 제외했다. 점검표의 ▲이용 원칙 ▲위치 ▲규모 ▲환경 ▲가구 및 비품 ▲관리 등 6개 항목을 바탕으로 현장을 살피고 이용자를 평균 약 20분 인터뷰했다.

01

자유롭게 쉬고 편히 머물 수 있는가

108관 1층 휴게시설 입구. 신발을 두는 공간 바로 옆에 사람들이 앉아 있다.
108관 · 1층

세 명이 쉬는
약 5.6㎡의 휴게시설

108관 1층 휴게시설 입구. 신발을 두는 공간 바로 옆에 사람들이 앉아 있다.봉정현 기자 goopa@cauon.net

지도에서 이 공간 보기 ↗

내규 제4조는 근로자가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휴게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정한다. 302관(대학원) 환경노동자는 “일을 마치면 휴게시설을 자유롭게 사용한다”고 말했다. 조사에서는 휴게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다만 관리자에 대한 부담을 호소한 이용자도 있었다. 환경노동자 A씨는 “관리자의 순찰이 감시처럼 느껴져 휴게시설을 이용할 때도 불안하다”고 전했다.

조사한 휴게시설 25곳 모두 휴게시설 표지가 있었다. 건물 내부 층수 표기를 기준으로 지상에 있는 곳은 20곳, 지하는 5곳이었다. 지하 휴게시설은 202관(전산정보관)·209관(창업보육관)·305관(교수연구동 및 체육관) 지하 1층과 310관(100주년기념관) 지하1·3층에 있었다. 내규는 지하의 유해공기와 악취 등을 이유로 휴게시설의 지하 설치를 가급적 자제하고 지상에 설치하도록 정하고 있다. 209관 지하 1층 환경노동자는 “문을 닫으면 매우 습하다”며 “아침에 들어올 때 냄새가 굉장히 심하다”고 말했다.

내규는 이용 인원을 고려해 적정 면적을 확보하도록 정한다. 1인당 1㎡ 이상, 의자·탁자를 포함한 최소면적 6㎡를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구와 내부 통로를 포함해 조사한 휴게시설 면적은 약 5.6~36.7㎡였다.

약 5.6㎡인 108관 휴게시설은 노동자 3명이 이용한다. 내규는 소파·등받이 의자·탁자 등을 설치하되 이용자의 선호도와 업무 특성에 따라 종류를 달리할 수 있도록 정한다. 108관 환경노동자는 소파나 등받이 의자가 있는지 묻자 “그런 게 있으면 더 못 쉰다”며 “신발장이 문 뒤에 있어 신발을 꺼낼 때도 문을 다 닫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수조사 한눈에 보기

휴게시설 25곳의
조사 결과

9월 8일–10월 2일
중앙대 흑석동 서울캠 · 맥서브 소속 환경노동자

25곳 지도 열기 ↗
휴게시설 표지
25 / 25곳내규: 알아볼 수 있는 표지 부착
냉난방 수단
25 / 25곳내규: 냉난방시설 설치
지상에 위치
20 / 25곳내규: 지하 설치는 가급적 자제, 지상 설치
휴게시설 면적
약 5.6–36.7㎡내규: 1인당 1㎡ 이상·최소 6㎡ 확보 노력
온도
22.2–30.5℃내규 권고: 여름 20–28℃·겨울 18–22℃
습도
36.4–56.1%내규 권고: 50–55%
조도
110.1–2,930lx내규 권고: 100–200lx
순간 소음
36.3–86.6dB(A)내규 권고: 소음 50dB 이하

온습도·조도·소음은 조사에서 확인한 항목별 최솟값과 최댓값입니다. 소음의 전체 범위에는 208관 창가의 별도 측정값이 포함됩니다. 면적은 가구와 내부 통로를 포함한 근삿값이며 지상·지하는 건물 내부 층수 표기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02

권고 수치와 몸이 느끼는 휴식 사이

냉난방 수단 설치 여부

25곳 모두 냉난방 수단이 있었습니다

조사한 휴게시설 25곳 / 25곳

207관 4층 노동자의 응답
“에어컨이 오래돼
여름에 시원하지 않다”

207관 4층 환경노동자

207관 공간 보기 ↗

조사 당시 기록된 온도는 약 22.2~30.5℃, 습도는 약 36.4~56.1%였다. 내규는 여름철 온도 20~28℃를 권고한다. 그러나 방문 당시의 수치만으로 다른 계절의 이용 여건까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207관(봅스트홀) 4층 환경노동자는 “에어컨이 오래돼 여름에 시원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혜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상임감사는 “청소노동자는 육체적 노동강도가 높아 작업 후 체온이 상승하고 땀을 흘린다”며 “측정 당시 수치가 권고수준에 부합하더라도 계절이나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불편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름과 겨울을 포함하고 이용자가 많은 시간대에도 측정해야 한다”며 “설비의 용량이 공간이나 인원에 비해 충분한지, 실제 작동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 당시 기록된 조도는 110.1~2,930lx, 순간 소음값은 36.3~86.6dB (A)이었다. 내규는 조도 100~200lx와 소음 50dB 이하를 권고한다. 203관(서라벌홀) 환경노동자는 “조명과 소음은 괜찮다”고 답했다.

반면 공사 소음으로 쉬기 어려운 곳도 있었다. 208관(제2공학관) 휴게시설 인근에서는 205관(미래 AX 공학관) 공사가 진행 중이다. 휴게시설 창문 쪽에는 가벽이 설치되지 않은 구간도 있었다. 휴게시설 내부의 순간 소음값은 53.6~68.7dB(A)이었다. 208관 환경노동자는 “창문을 열어놓고 지냈는데 공사로 너무 시끄러워 창문도 못 연다”고 전했다.

208관 휴게실 창문에서 바라본 공사현장
208관 · 제2공학관
“공사로 너무 시끄러워
창문도 못 연다”

208관 휴게실 창문에서 바라본 공사현장.2026.10.06. 봉정현 기자 goopa@cauon.net

지도에서 이 공간 보기 ↗
208관 창문 앞에서

공사 소음이 들리는
208관 휴게시설

208관에서 기록한 소음값을
전체 조사 범위와 함께 표시했습니다.

측정값은 방문 당시 순간값입니다.
내규 권고
50dB 이하
208관 휴게시설 내부
53.6–68.7dB(A)
전체 조사 순간값 범위
36.3–86.6dB(A)
25507590 dB(A)

전체 범위에는 208관 창가에서 바깥을 향해 측정한 값이 포함됩니다. 순간값의 범위는 시간 평균이나 지속적인 노출 수준을 뜻하지 않습니다.

정혜선 상임감사는 “휴게시설의 창문과 출입문을 닫았을 때와 열었을 때 각각 30분~1시간 동안 평균 소음을 측정해야 한다”며 “공사 소음이 발생하는 시간대와 노동자의 실제 휴식 시간도 대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규칙하게 지속되는 공사 소음은 짧은 수면을 방해하고 두통과 무기력감, 짜증을 유발한다”며 “파쇄나 굴착 등 소음이 큰 작업은 노동자의 주요 휴게 시간대에 일시 중지하도록 공사 업체와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03

비품은 어디서 오고 도구는 어디로 가나

105관·106관 공동 휴게시설의 사물함
105관·106관 공동 휴게시설

공동 휴게시설의 사물함

105관·106관 공동 휴게시설에 놓인 사물함.봉정현 기자 goopa@cauon.net

지도에서 이 공간 보기 ↗

내규 제10조는 생활가전과 차음료, 화장지, 수건 등을 비치하고 업무 특성상 필요한 경우 개인사물함과 신발장을 구비하도록 정한다. 다만 인근 공용 공간의 생활가전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다면 추가로 설치하지 않을 수 있다. 조사한 휴게시설 25곳 중 최소 19곳에서 노동자가 비품을 직접 구매하거나 버려진 물건을 가져와 사용한다는 응답이 나왔다. 107관(학생회관) 환경노동자는 냉장고를 가리키며 “도서관이 이사 갈 때 버린다는 것을 5만 원 주고 사 왔다”며 “수리도 내 돈으로 했다”고 말했다. 106관에서 4명이 함께 휴게시설을 사용하는 환경노동자는 “사물함은 쓰레기장에서 주워 왔다”고 설명했다.

25곳 모두 냉난방 수단이 있었다. 105관(제1의학관)·106관(제2의학관) 환경노동자는 “지난해 맥서브에서 벽걸이 에어컨을 설치해 줘 기존 에어컨과 함께 쓰고 있다”고 말했다. 난방시설이 있어도 외풍으로 불편을 겪는 곳도 있었다. 101관(영신관) 1층 환경노동자는 “난방을 틀면 따뜻하지만 바람이 많이 들어온다”며 “겨울에는 뽁뽁이라도 붙여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6관 휴게시설 창문에 붙인 뽁뽁이
106관 휴게시설 창문에 뽁뽁이가 붙어 있다.봉정현 기자 goopa@cauon.net

내규 제11조 제1항은 기자재와 청소도구를 휴게시설에서 분리해 보관하도록 정한다. 102관(약학대학 및 R&D센터) 5층 환경노동자는 “도구를 밸브실, 화장실 한쪽이나 계단 주변 등에 뒀지만, 치우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보관공간부터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102관 자투리 공간에 보관 중인 청소도구
102관 환경노동자는 청소도구 보관 장소가 부족해 복도, 화장실, 계단 등 매일 다른 자투리 공간에 청소도구를 보관하고 있다.2026.10.06. 봉정현 기자 goopa@cauon.net
102관 알람밸브실 출입문
102관 환경노동자는 이전까지 밸브실에 청소도구를 보관해 왔으나, 최근 소방 안전 문제로 보관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2026.10.06. 봉정현 기자 goopa@cauon.net

총무팀은 기존 적치 장소의 사용 제한에 안전상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석 팀장은 “일부 관에서 화장실 한 칸 정도를 청소도구 보관공간으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301관(중앙문화예술관) 환경노동자도 “총무팀에서 각 층의 화장실 일부를 창고로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04

현장은 수시 점검, 쓰이지 않은 점검표

내규 제11조 제2항에 따라 용역회사 관리자는 별지 점검표로 월 1회 점검하고 미비한 사항을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대학 담당자가 함께 현장점검할 수 있다.

25곳의 이용자 인터뷰에서 이 점검표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나오지 않았다. 점검하는 모습을 봤는지에 대한 응답은 달랐다. 환경노동자 B씨는 “소방점검은 봤지만, 휴게시설을 점검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202관 환경노동자는 “본 적은 있다”고 말했다.

점검표에 대해 맥서브 미화 관리자는 “처음 봤다”며 “해당 점검표를 운영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대신 “다른 업무로 현장을 방문하거나 순찰할 때 수시로 상태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장과 방호실장도 있지만 관리자 2명이 25개 관의 200명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석 팀장은 “휴게시설 점검은 용역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점검표를 제시하며 실제 적용 여부를 묻자 “확인해 봐야겠다”고 답했다.

정혜선 상임감사는 “월 1회 정기점검은 설비 고장 유무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의 피로 회복을 돕는 환경·성능 점검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용자를 직접 만나 휴게실에 들어간 뒤 두통이나 졸음, 답답함을 느끼는지 묻고 휴식 후 피로가 회복되는 느낌이 드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며 “시설을 한 번 개선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절 변화나 시설 노후화에 대응할 수 있는 운영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정현·김민아·박진형 기자 goopa@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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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곳의 휴게시설 지도전체 화면